전원주택은 환상이 아니고 현실이다. 이런 현실을 무시한 채 환상만 쫓다보면 실패할 수 있다. 실제로 전원주택 현장에서 컨설팅을 한 공인중개사의 사례를 통해 전원주택 마련의 과정과 발생되는 문제들에 대해 들어보았다.
1. 묘지에 동호인 전원주택단지 만들었다.
양평 서종면 수입리에 놀러 가본 후 그곳이 마음에 들어 동료들과 함께 전원주택을 짓고 내려와 살았으면 한다는 젋은 직장인이 사무실에 찾아왔다.
이분은 직장 동료 5명과 함께 동호인 전원주택을 구상하고 여러 곳을 답사하였는데 그중 경관이나 회사까지의 거리상 양평군이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해 집중적으로 양평군을 알아보고 다니는 중이라 했다. 그래서 수입리까지 동행하여 손님이 원하는 지역을 둘러보았다. 수입천의 큰 개울을 끼고 있어 경관이 참으로 아름다운 곳이었다.
이들 직장동호인들은 S그룹 계열사의 직장동료들이 모였으며 직급은 대리 이상이었다. 연령은 32~37세로 결혼 후 2~8년차였고 가족상황은 4인이었다.
이들의 구상은 경관이 아름다운 곳에 가구당 2백평 이상의 땅을 구입해 전원주택을 짓는 것이었고 특히 직장 출근을 위해 교통이 편리해야 했다. 이상과 같은 조건을 대략적으로 듣고 나니 그들의 구상이 상당히 피상적이고 객관적이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몇 가지를 지적해 주었다.
첫째, 동호인의 구성상 연령층이 젊은데 비해 수입리 지역은 너무 외진 곳이라 주변에 인가가 전혀 없다는 점
둘째, 도로사정상 직장까지 약 1시간30분 정도 소요되므로 출퇴근이 불리하다는 점
셋째, 의료시설이 너무 멀리 있어 7세 이하의 유아를 양육하기에는 부적합하다는 점
넷재, 별장 또는 주말주택을 할 것인지 아니면 거주 중심의 전원주택으로 할 것인지에 대해 다시 한번 고려할 것 등이었다.
사실상 전원주택을 구입하고자(또는 건축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경우 대부분 전원주택이란 사실상 전원에 있을 뿐이지 실 거주공간이고 별장이나 주말농장과 같은 개념과는 다르다는 점에 대해 깊이 인식하지 못하고 경관에 의해 결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금도 그런 점은 여전하다. 며칠 후 이들 동호인들은 나의 조언대로 주거의 편의성과 안전성을 우선하고 다음으로 경관 등에 대해 고려하겠다는 취지로 다시 사무실을 찾았다. 그들과 함께 양서면과 서종면 지역을 답사한 후 국수리의 한 지역을 정했다.
토지이용계획 등을 살펴보니 농림지역이라서 외지인이 바로 형질변경을 통해 주택을 건립하기에는 규제상 어려운 지역이었다. 그러나 지역이 마음에 든다며 방법을 강구해 줄 것을 부탁해와 나름대로 그 지역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본 결과 한 가지 대안이 떠올랐다. 앞서 이야기한대로 그곳은 농림지역이라 외지인이 바로 전원주택을 건립하기에는 난점이 있고 기간이 필요한데 지역 관련 토지사항을 알아보니 단 한 곳에 바로 건축을 할 수 있는 접합한 대상지가 있었다.
그러나 두 가지 걸리는 점이 있었다. 하나는 지역과 농지법상의 규제를 피할 수 있는 곳으로 과거의 문중묘로 사용하기 위해 매입해 지목을 묘지로 하여둔 곳인데 여러 가지 점에서 주택을 짓기에는 적합하나 바로 지목이 묘지라 입주자들이 꺼릴 수 있다는 것이며 또 하나는 문중묘지로 선정되었던 곳은 풍수지리상 명당이라 하여 가격이 조금 비싸다는 것이다.
이런 것들을 동호인들에게 충분히 주지시킨 후 현장으로 갔다. 그 며칠 후 동호인들은 그 터를 구입할 경우 건축은 가능하겠느냐는 질문을 해왔고 자신들이 알아본 바에 의하면 묘지에 일반 주택을 건축하는 것은 힘든 걸로 알고 있다며 연락 해 왔다. 실제로 일반인들의 경우 주택건축은 대지나 농지 중 전용허가 받은 농지만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었지만 잡종지나 특수지목 중 묘지, 유지 등의 경우에는 주택건축이 가능하기도 했다.
묘지에 주택을 짓는 세세한 진행사항을 모두 이야기할 수 없지만 그 진행과정만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이렇다. 일단 묘지에 묘가 없음을 입증하기 위해 현장사진을 찍고 신문에 묘지 이장공고를 게재한 후 3개월 뒤 군청산림과와 협의해(산림훼손절차와는 다름) 바로 주택 건축신청을 했다. 이 경우 농지와 달리 전용허가와 같은 절차나 기타 비용면에서 좀 더 유리하게 전원주택지를 조성할 수 있었다. 임야의 경우 한시적으로 현재는 보류되었지만 개발부담금이 있고 농지의 경우는 대체농지조성비가 있어 비용면에서는 증가되는 면이 있지만 묘지나 잡종지, 유지 등의 경우는 그 적용을 받지 않는다.
이렇게 하여 동호인 5명이 묘지를 택지로 만드는데 성공하였고 그중 1명은 개인사정으로 건축을 못하고 있지만 4명은 주택을 짓고 모두 입주했다.
2. 건축에도 경로우대가 있다.
2년전 무더운 여름날의 일이다. 하루는 40대 후반의 신사분이 적은 돈으로 전원주택을 장만하고 싶어 돌아다니다 직접 동네분의 소개를 받아 농지를 구입하였는데 낭패를 보게 되었다는 것이다. 준농림지가 아닌 농림지 그것도 농업진흥지역의 농지를 현지 주민 명의로 농가주택을 지은 후 자신이 입주하기로 특약을 맺고 계약을 하였는데 그 동안 차일피일 약속이행을 미루다 지금에 이르러 농지에는 일반인의 경우 집을 지을 수 없고 자신은 이미 주택을 소유하고 있어 농가주택 신청을 할 수 없으니 자신이 잘못했다며 계약을 취소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면 계약을 취소하면 간단하지 않느냐고 말하자 그는 자신이 농지를 구입한 후 부모님께 보여드렸더니 아주 흡족해 하시며 아예 집짓고 이사할 생각에 서울의 집은 집지을 때까지 1년만 전세 사는 조건으로 매매하고 공사가 시작될 날만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 해약을 하면 그 돈으로 다른 토지를 구입할 수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 곰곰이 생각하다 그 분의 아버님이 전세를 살고 있다는 말에 방법을 생각해 냈다.
일종의 편법일 수도 있는데 양평군의 경우 경로차원의 일들은 규정적용을 좀 느슨하게 하는 경향이 있다. 이 방법을 사용하면 될 것 같아 찾아온 분에게 농지의 등기이전이 완료되지 않았으면 그 농지 매수인을 아버님 명의로 하고 서울에서 전세를 사는 것보다는 현지로 이사를 오게 하여 이곳에서 전세를 사는 것으로 하면 방법이 있겠다고 말했다. 아버님이 정년퇴임을 하고 쉬는 중이라 가능할 것 같았다. 그리고 아버님 명의로 농지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고 무직인 점을 고려해 아버님을 양서면에 농지원부의 작성인으로 해 농업인으로 등재했다. 실제 이부분에 있어서 농지소유자가 농업에 실제로 종사하는가를 심사하는데, 심사과정에서 이 분의 경우는 현재는 농사를 짓고 있지 않지만 곧바로 농사지을 계획이 있어 이주하였다며 그 사정을 설명했다. 이런 점들이 고려되어 농지원부에 등재할 수 있었다. 아버님이 농지원부상 농업인으로 등재되자 곧바로 농가주택의 건축신청을 하여 그 농지위에 농가주택을 건축할 수 있었고 그 후 이 분은 실제로 남은 농지를 이용해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다. 물론 그 신사분도 서울의 집을 정리하고 이곳에 내려와 서울로 출퇴근 하고 있으며 가끔 두 부자가 밭에서 일하는 행복한 모습을 대할 때마다 다소 편법이 있었지만 잘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3. 경치좋다고 좋은 전원주택 아니다.
조금 씁쓸한 기억이지만 막연한 전원주택의 경관에 대한 환상이 잘못되는 경우가 많아 한가지 예를 들어본다. 이곳 양서면은 팔당호의 영향으로 안개가 많다. 서울서 살던 분들은 안개란 아침저녁으로 잠시 끼는 것으로 생각하고 강가나 숲속의 안개를 굉장히 낭만적이고 환상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건강에 자신 있는 분들에게나 그렇지 노년층에게는 결코 좋은 환경이 아니다.
1년전 젊은 부부가 사무실을 찾아와 앞에는 강이 있고 뒤에는 숲이 있는 전원주택지를 구해달라고 했다. 솔직히 말해 이런 의뢰를 받은 경우 달갑지 않다. 그처럼 환상적이고 경관위주의 전원주택지를 찾는 분들은 구매단계에서 제풀에 지쳐 포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양평 대심리 지역의 강에서 50여m 떨어져 있으며 산 밑에 있는 부지를 물색해 연락을 취했다. 그곳을 둘러본 젊은 부부는 다음날 아버지를 모시고 와 계약하자고 했다. 아버지란 분은 연세가 많은 노인이었는데 그분이 이곳에 내려와 살 거라는 것이었다. 그 노인은 건강해 보이기는 하였지만 가끔 밭은기침을 하는 것이 기관지에 문제가 있는 듯하여 여쭈어 보니 천식기가 있기는 하지만 크게 아프지 않다고 했다. 조금 아쉽기는 하였지만 그 분에게 이곳 팔당호의 안개는 흐르는 강안개가 아니라 기관지에 좋지 않다는 얘기를 하고 차라리 다른 부지를 알아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하자 매도하실 분과 그 할아버지의 아들이 얼굴을 찌푸리며 빨리 계약서나 작성하라는 투였다. 그래서 더 이상 말하지 않고 계약을 체결해 주었다. 계약 후 건축관계일을 도와주면서 그 할아버지와 가까워져 입주후에도 가끔 들려보곤 하였다. 그럭저럭 6개월 정도를 잘 계시는 것 같더니 한동안 안 보이는 것이었다. 궁금하던 차에 아들이 사무실로 찾아와 땅과 집을 다시 팔아달라는 거였다. 무슨 일이냐고 묻자 아들이 머뭇거리다가 꺼내는 말이 평소 시골에 내려가 노년을 보내겠다고 하여 아버님을 시골로 모셨는데 시골에 내려와서는 잔병치례가 많다며 결국 병원에 입원까지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경관만 보고 주변상황을 무시하였던 자신의 불찰을 후회했다.
이 경우에서처럼 전원주택은 별장이나 주말농장이 아니고 실 거주공간이기 때문에 자신의 여건과 여러 가지 구체적인 정황이 맞지 않으면 아무리 맘에 드는 부지라도 과감히 포기해야 하며 거주할 사람의 상황을 우선해야 한다. 환상을 쫓아 전원주택지를 찾는 것은 금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