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도   article search result : 1
천마도를 그린 나무껍질이 자작나무라면 고구려 땅에서 가져온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러나 여러 정황으로 미루어 볼 때 천마도의 재료는 거제수나무나 사스레나무일 가능성이 오히려 더 높다. 왜냐하면 세 나무의 품질은 엇비슷한  품질에 쓰임새도 같으니, 굳이 적대국인 고구려에서 수입품을 가져오지 않더라도 당시 신라 영토 안에서 얼마든지 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1973년 8월 20일, 여름 장마가 걷히고 오랜만에 화창한 늦여름의 어느 날이었다. 이날, 우리나라 옛무덤 발굴 역사에 길이 남을 사건 하나가 알려진다. 경주 종합개발계획에 따라 미추왕릉 지구에 있는 옛무덤들 중 가장 큰 98호 무덤을 발굴해 전시할 계획이 세워졌다. 그러나 이렇게 큰 고분을 발굴해 본 경험이 많지 않아 먼저 규모가 작은 155호 고분을 시험 삼아 발굴하기로 했다. 이름난 고대유물의 발굴이 가끔 우연히 이루어지듯, 천마총 역시 시험발굴이라는 ‘연습게임’에서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대어를 낚았다. 천마도(天馬圖)라는 그림이 나온 것이다.

천마는 예부터 옥황상제가 타고 다닌다는 신성한 동물로써 고구려 고분벽화에도 비슷한 그림들이 있다. 천마총 천마도의 크기는 가로 75cm, 세로 56cm, 두께 0.6m로 대체로 중형 TV의 화면 정도이고 쓰임새는 말다래였다. 말다〈?말안장에 늘어뜨려 진흙이 튀는 것을 막는 장식품이다. 나무껍질을 누벼 하늘로 날아오르는 흰말을 그렸는데, 그 모습이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하여 원숙한 솜씨가 돋보인다. 이 천마도는 신라뿐만 아니라 삼국시대 그림으로서 벽화를 제외하면 가장 오래 된 그림이다. 한마디로 문화재로서의 값어치를 따질 수 없을 만큼 귀중한 유물인 것이다. 옛사람들은 그림 재료로 흔히 천이나 비단, 가죽 등을 썼다. 그런데 천마도는 캔버스로 나무껍질을 이용했다는 점이 특별하다. 자작나무를 뜻하는 말이니 자작나무 껍질에 그린 그림이란 말이다. 그러나 진짜 자작나무는 당시의 신라영역에서는 자라지 않았다.

자작나무의 종류의 껍질은 옛 사람들에게 귀하게 쓰였다. 특이하게도 이 나무 종류는 색깔이 하얗고 표면이 매끄러운 껍질을 지녔다. 그냥 하얗기만 한 것이 아니라 담뱃갑의 은박지 두께에 불과한 얇은 ‘종이 껍질’이 겹겹이 쌓여 있다. 또 여기에는 일종의 방부제에 해당하는 ‘큐틴’이 다른 나무보다 많이 들어 있어 잘 썩지 않고 곰팡이도 잘 피지 않는다. 또 왁스 성분이 많아 물이 잘 스며들지 않는 높은 방수성도 갖고 있다. 그래서 수천 년 땅 속에 묻혀 있어도 거뜬히 버틸 수 있는 능력을 인정받아 선택된 것이다. 그렇다면 천마도는 과연 발굴단의 추정대로 ‘자작나무 껍질 위에 그린 그림’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백두산에서 시베리아 벌판에 걸쳐 자라는 새하얀 껍질의 바로 그 진짜 자작나무라고 단정하기에는 몇 가지 의문이 남는다. 우리나라에는 자작나무와 껍질 모양이 아주 비슷한 나무가 있다. 식물학적으로 같은 자작나무속(屬)에 포함되는 거제수나무와 사스레나무가 그들이다. 자작나무를 포함한 이들 셋은 하얀 껍질이 그들의 트레이드마크라서 세 쌍둥이처럼 거의 비슷하다. 그러면 천마도를 그리는 데 쓰인 나무껍질은 세 나무 중 어느 것일까? 안타깝게도 우리가 알고 있는 현재의 과학지식으로 나무 껍질세포 모양으로는 세 나무를 정확하게 구분해 내는 방법이 없다. 전자현미경을 동원해도 세포 형태의 차이를 밝혀낼 수 없을뿐더러 성분 차이가 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눈으로 보았을 때, 자작나무 껍질이 더 흰빛이고 잘 벗겨져서 품질이 조금 더 낫다는 정도이다. 그러나 덧칠 그림이 그려져 있고 땅속에 오랫동안 묻혀 있어서 색이 변해버린 천마도의 경우, 육안으로나 확인할 수 있는 이런 차이는 나무의 종류를 찾아내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마디로 세 나무의 껍질은 어느 것이나 ‘백회수피’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다.

 

 

이처럼 식물학적으로는 세 나무의 구분에 어려움이 있을지라도 고고학적인 의미는 크다. 천마총이 만들어진 연대를 5~6세기로 추정하고 있으니, 삼국통일 이전이고 자작나무가 자라던 곳은 고구려의 땅인 북쪽의 추운 지방이다. 반면에 거제수나무나 사스레나무는 남쪽의 태백산 줄기로 이어진 신라 영역의 산에서 지금도 흔히 만날 수 있다. 만약에 천마도를 그린 나무껍질이 자작나무라면 고구려 땅에서 가져온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러나 여러 정황으로 미루어 볼 때 천마도의 재료는 거제수나무나 사스레나무 껍질일 가능성이 오히려 더 높다. 왜냐하면 세 나무의 껍질은 엇비슷한 품질에 쓰임새도 같으니, 굳이 적대국인 고구려에서 수입품을 가져오지 않더라도 당시 신라영도 안에서 얼마든지 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출처: 나무동화  

박상진

경북대학교 임산공학과 교수

Creative Commons License
2008/10/15 14:03 2008/10/15 14:03
tagged with  , ,
REPLY AND TRACKBACK RSS http://blog.nshome.net/rss/response/27
REPLY AND TRACKBACK ATOM http://blog.nshome.net/atom/response/27